구중 궁궐의 꽃, 능소화의 슬픈 전설 옛날하고도 옛날에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빈이 여우같은 심성을 가졋더라면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겠지만,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한 둘이었겠습니까?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다가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, 어느 여름 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.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장례라도 거창하게 치루었겠지만 잊혀진 구중 궁궐의 한 여인은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울 찾아 모여드는 때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능소화는 덩굴로 크는 아름다운 꽃입니다. 이 꽃은 조선 말까지만 해도 아주 귀했던 꽃으로 양반집 정원에만 심을 수 있었고 능소화는 색상이 화려하고 기품이 있으며 꽃이 지는 순간까지도 만개할 때의 싱싱함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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